[글마당] 다시 첫 눈이 오기전에
30년 전 내린 첫 눈이 밤새 방 안 가득 쌓여 에소프레스 한 모금 입에 물고 긴 돌담길 눈 속에 파묻히던 굽 높은 빨간구두 하나를 버린다 풋내나는 얼굴 위로 차갑게 번지던 그 기다림을 통째로 버린다 봄이 열리고 여름이 터지고 가을이 떠나가도록 지워지지 않는 너의 노래 지금도 겨울 들판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내 어린 가슴으로 첫눈처럼 네가 또 내릴까봐 하루종일 나는 나를 버린다 윤자영 / 시인 뉴저지글마당 얼굴 위로 겨울 들판 빨간구두 하나